[기획 인터뷰] 박소희 - '낯선 삶과 마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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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우리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네. 저는 소설을 쓰고 있는 박소희라고 합니다. 14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은평구 청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특강도 진행하고 있어요.


Q: 혹시 친구들이 작가님을 부르는 애칭 같은 게 있을까요?

A: 제가 제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사실 소희라는 이름이 약간 흔하기도 하고, 별로 그렇게 예쁜 이름도 아닌 것 같고... 근데 그걸 알고 있던 어떤 친구가 제 이름을 그냥 앞뒤만 바꿔서 불러줬어요. “희소야” 라고. 희소라고 불러주니까 저는 흔해서 싫어했던 제 이름의 뜻이 정반대가 되는 거예요. 오히려 희소성이 있는 의미가 된 거죠. 그게 저는 좋았어요. 지금도 그 친구는 저한테 애정을 듬뿍 담아서 “희소야”라고 불러줘요.


Q: 어떻게 보면 별명처럼 소설가라는 희소성 있는 직업을 갖게 되셨군요. 그런데 소설가라는 직업은 어떻게 꿈꾸게 되셨나요?

A: 사실 ‘소설가가 되겠다’라는 꿈을 가져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글을 쓰는 순간을, 그리고 앞으로 제가 쓸 글에 대해 상상하는 걸 많이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가게 됐고, 그곳에서 글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지고 진지해졌어요. 구체적인 꿈을 좇아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좋아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가’라는 단어는 저한테 아직도 조금 낯설기도 해요.


Q: 소설을 쓰시면서 생긴 직업병 같은 게 있을까요?

A: 제가 저도 모르게 “왜?”라는 질문을 좀 자주 하나 봐요. 주변 사람들, 특히 가까운 친구나 연인, 이런 사람들한테 자주 “왜 그렇게 생각했어?”, “왜 그렇게 느낀 것 같아?” 이렇게 물어보니까 상대방의 성향에 따라 가끔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나 봐요. 오히려 그런 면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요.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만의 사고 프로세스가 있잖아요. 저는 자주 그게 알고 싶고 궁금해요. 누군가가 어떤 생각을 한다면, 그건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경험 또는 마음이 작용한 결과물인 거니까요. 어떤 순간과 경험과 마음들이 모여서 ‘지금’이 되는지, 그리고 ‘미래’가 될지 저는 특히 궁금해요.

그래서인지 제 글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종종 등장하기도 해요. 저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어쩌다 지금의 모습이 된 걸까, 도저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끝내 해석해보고 싶은 마음.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글들이 있어요. ‘왜’를 끊임없이 묻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해 더 깊게 알게 되는 게 소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Q: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욕구도 있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욕구도 있잖아요.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한테 잘 가닿아야만 마침내 이야기로서 완성이 되는 것일 텐데, 제가 쓴 글들이 충분히 많이 가닿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그럴 때 가장 힘들고, 또 제가 가장 해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읽은 누군가에게 저의 글이 어떤 새로운 생각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아주 조금이지만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런 게 정말 보람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결국 소설을 쓰는 일은 사람에게로 향하는 작업이니까요.



Q: 그렇다면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A: 공감이 첫 번째 매력이지 않을까 해요. 내가 했던 경험 중에 쉽게 누군가한테 꺼내지 못하는 경험들이 많을 텐데, 그것과 비슷한 경험이나 감정을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됐을 때,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거기서 얻는 공감의 힘이 되게 큰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해서 지지나 위로를 받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많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삶을요. 직접 경험하는 세상은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아직 겪지 못한 수많은 삶의 모습과 가능성이 열려있으니까요. 낯선 삶을 계속해서 마주할 때 내가 조금씩 달라지고 넓어질 수 있잖아요. 공감과 낯섦을 통해 나 자신을 조금씩 바뀌게 하는 힘, 그게 소설의 궁극적인 매력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 그러니까 청년들은 삶의 가능성이 정말 많이 열려있잖아요. 그래서 소설 속에서 다양한 삶을 미리 만나본다면 조금 더 나은 사람,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Q: 혹시 청년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소설책이 있다면?!

A: 바로 떠오른 책이 하나 있어요. 김지연 소설가님의『마음에 없는 소리』입니다. 훌륭한 작품이 많은 단편집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표제작「마음에 없는 소리」가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굉장히 깊게 파고들고 있어요. 청년이라는 세대가 굉장히 가능성도 많지만, 사실 힘도 그다지 없고 가진 것도 많지 않은 그런 세대일 수도 있잖아요.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어떤 쓸쓸함과 외로움, 하지만 그럼에도 지속되는 삶들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다루고 있어서 그 작품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Q: 끝으로 청년분들에게 희망의 말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A. 친구랑 이런 얘기를 종종 했어요. 지금의 우리는 우리가 10대 후반, 그리고 20대 중반 때조차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혀 다른 방향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요. 정말 자주 해요.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어떤 삶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무척 신기해요. 앞으로 삶은 우리가 더욱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을 거예요. 그게 늘 좋은 방향일 수는 없겠지만요.

‘예측 불가능’. 이 말이 오히려 좀 희망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 나이대, 청년들의 20대, 30대가 마냥 낙관적이기는 힘든 세상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측면도 그렇고요. 하지만 가끔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삶의 문이 열리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그래도, 우리 그 힘을 조금만 더 믿으면서, 서로가 희망적인 그림을 그리며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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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