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제소림 - '삶의 오전을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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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우리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요가강사 제소림입니다. 제가 요가를 배우면서 느꼈던 몸의 변화나, 정신적인 변화와 성장을 다른 분들께도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전공이 재활관련 분야라 요가를 신체적으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나 회원님들께 해부학적인 부분도 같이 알려드리면서 내 몸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최근 친구분들과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주제는 무엇인가?

A: 아무래도 신체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20대 초반에는 못 느꼈던 부분들이 중반, 후반 그리고 30대가 되면서 체력적으로 약해지는 부분이요. 그때마다 하는 얘기는 사실 늘 도돌이표이긴 하지만, 굉장히 공감되는 이야기에요. 늘 앉아서 업무를 할수 밖에 없는 환경이야기, 대단한 의지 없이는 쉽게 할 수 없는 퇴근 후 운동등록과 실행, 직장생활 하시면 다들 공감하실 것 같아요.



Q: 굉장히 공감 가면서도 뜨끔한 답변이네요. 그렇다면 강사님은 언제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평소에도 몸을 쓰는 운동을 좋아하고 조금의 해부학적 지식을 알고 있다보니, 동료들에게 이런 운동법이나 자세들을 하나씩 추천해주고 함께 운동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운 좋게 2020년에 대안학교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요가/필라테스 수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로서 수업을 이끌게 됐습니다. 그렇게 요가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요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요가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퇴근하고 짬짬이 요가수업 대강하러 다니다가 아예 요가강사로 전향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요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요가는 신체적인 수련은 물론, 정신적인 수련을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처음에 어떻게 정신적인 부분을 수련할 수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미지의 세계이고 너무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역시나 지금도 요가의 세계는 너무 크고 역사도 깊다라는 생각을 요가를 하면 할수록 들어요.하지만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나의 몸을 느껴주는 것. 매트위에서 두려움에 맞서는 법. 도전하는 법을 배우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Q: 이 일을 하시면서 생긴 버릇 같은 게 있을까요?

A. 사람들의 자세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 분은 어깨가 틀어져있네’, ‘이 분 걸음걸이가 바깥부분을 쓸면서 다니는구나’, ‘어깨가 말려있구나’ 와 같은 신체적인 특징들을 캐치하려고 자연스레 눈이 간답니다.



Q: 요가강사를 하시면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요?

A. 정말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것 같아요. 요가를 좋아하고 요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어서 강사를 시작했지만 요가강사는 프리랜서로 안정적이지 않고 여기 저기 요가원과 센터를 다니면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시간적인 부분과 체력적인 부분의 소모가 가장 크죠. 회원님들의 클레임이 나오면 그것대로 속상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음을 알기에 저 스스로 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수업하는 회원님이 ‘선생님 수업은 너무 재미있고 몸의 움직임이 이해가 간다’라고 이야기해줄 때는 너무 감사하고 보람찼어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믿어주고 그대로 몸을 움직이면서 자신의 몸을 느껴가고 이해하고, 변화해가는 것이 스스로 느끼실 때가 아무래도 저에겐 가장 보람차고 신나는 순간이에요!


Q: 은평구가 지금 직업에 영향을 준 게 있을까요?

A: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청년센터 은평 오랑을 방문하면서 다양하고 활동적인 청년프로그램들을 참여하게 되었고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지금은 은평 오랑에서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청년들에게 요가강사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고요.

은평 오랑에서 다양한 니즈를 가진 청년들과 지금 현재 나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가를 함께 하니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해주었어요.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제가 처음으로 본 은평구는 너무 조용한 동네였고 낮은 건물들이 많아서 흔히 서울이라고 말했을 때의 떠올리는 강남의 세련됨과 종로의 붐빔이 없어서 ‘거제도’에서 상경한 저는 크게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니, 서울 안에서 지역 문화가 가장 활발한 곳이었고 청년들의 튼튼한 네트워크 문화도 너무 새로웠어요. 전반적으로 활기찬 느낌의 동네가 아닐까 싶어요!



Q: 올해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 하는 목표가 있으시다면?!

A. 벌써 올해가 4개월밖에 남지 않았네요. 완전히 요가강사로 전향해서 홀로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에 부딪히니 쉽지 않더라구요.

요가를 가르치다보니 요가제품에 자연스레 눈이 가게 되어서 레본(REVORN)이란 요가브랜드를 런칭했어요. 아직 초창기라 올해에 잘 되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레본을 알아봐주는 사람도 많고 저도 요가강사로서 오롯이 독립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야외요가도 늘 제 마음속 한 켠에 가지고 있는건데, 날씨 좋은 날 루프탑이나 야외에서 요가하고 맥주를 마시는 비어요가, 비건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비건요가 등 여러가지 커뮤니티도 기획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A. 제가 호기롭게 직장을 그만두고 요가로 전향을 시작하면서 우여곡절이 정말 많이 있었고 아직도 그 우여곡절을 지나고 있어요. 나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가만히 앉아서 ‘나 같은 인재를 왜 몰라주는거야?’라고 생각하며 나를 몰라봐주는 세상이 답답하기도 했죠. 물론 우여곡절에 상처도 많이 받았었는데 현재에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느릴지라도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때 내가 준비가 되어있어야 그 기회를 낚아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결과가 없어 마음이 조급해질 수도 있어요. 그 마음까지 한 발 앞서서 조급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천천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봅시다! 인생은 길고 우리는 기껏해야 삶의 오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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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