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 예술과 만나다] 6. 예술은 어떻게 전통을 지켜내는가

[종로구 2022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 지원사업 참여점포 기획기사]

#선미의상실


서순라길은 행정구역상으로 봉익동, 위쪽은 권농동, 이렇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동네의 이름을 조금 살펴보면 왜 서순라길에 유독 전통과 관련된 점포가 많은지 유추할 수 있다.

‘봉황의 날개’ 라는 멋있는 뜻을 가지고 있는 봉익동은 조선시대부터 환관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봉(鳳)은 주로 왕을 상징할 때 많이 사용되는 한자인데, 봉황의 날개(翼)라는 뜻이 지역 명에 남아있는 것이다. 때문에 예전부터 이곳에 환관들을 상대로 하는 한복집들이 많았고, 비록 시대가 지나며 그곳들은 사라졌지만 평생 우리한복을 업으로 삼아 살아온 선대 명인들의 정신은 후계를 통해 이어져 여전히 서순라에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봉익동과 권농동엔 익히 알려져 있는 장신구공방 이외에도 유독 한복집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선미의상실’ 은 오랜 세월 서순라길에서 우리 전통한복을 제작해온 명인의 점포이자, 선대 명인의 정신이 남아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전통이란 단어엔 자연스레 ‘오래됨’ 이란 수식어가 붙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칫 ‘오래됨’은 ‘낡음’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우리 전통이 남아 있는 서순라길, 그곳에서의 아트테리어는 전통을 세련됨으로 보이게 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 세련됨은 아이러니하게도 외부가 아닌 다시 우리 전통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기존 아무것도 없던 상호에 전통문양을 활용한 선미의상실만의 로고를 넣어 전통한복 전문점으로서의 브랜드를 강조했다. 거기에 오래된 폰트를 보다 세련된 폰트로 바꿔 외부에서 점포를 봤을 때 점포 자체도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무엇보다. 덩그러니 한복만 세워져 있던 진열장 시트지에 금빛 액자 모양을 더해 선미의상실의 한복이 하나의 예술품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대 디자이너 판


무대 디자이너 판’은 동양화를 전공하신 사장님이 무대 배경, 소품, 의상등을 제작하는 스튜디오이다. 주로 전통 국악 무대의 소품들을 디자인하고, 무형문화재 무용가들의 무대 의상 역시 제작한다. 선미의상실이 전통한복을 재현하는 곳이었다면, 무대 디자이너 판은 국악, 전통무용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재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 무대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오늘날, 무대 디자이너 판과 같은 점포들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하지만 종사하는 사람이 없는 만큼, 30년을 넘게 쉬는 날 거의 없이 바쁘게 일하느라 작업실의 환경은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열악한 상태였다.


‘무대 디자이너 판’ 의 아트테리어에서 집중한 것은 무엇보다 작업환경의 개선이었다. 동시에 무대 디자이너 판의 상호를 드러내는 것. 그러나 적은 예산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무대 디자이너 판’ 의 아트테리어에서 집중한 것은 무엇보다 작업환경의 개선이었다. 동시에 무대 디자이너 판의 상호를 드러내는 것. 그러나 적은 예산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만큼 녹슬고 부식 된 건물 내외부. 우선 그 노후화된 부분들을 블루 톤으로 조율해 공간에 신선함도 불어넣고 오래된 이미지도 어느 정도 개선하였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별도업체를 사용하지 않고 참여예술가가 직접 시공에 참여한 덕분에 적은 예산안에서 실내 공간 개선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또한, 위치를 드러낼 수 있는 심플한 측면 간판제작으로 무대 디자이너 판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점포의 위치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순라길


사실 ‘순라길’ 은 미식가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홍어삼합 전문점이다. 만화 <식객>에서 소개되기도 했고, 매스컴을 통해서 여러 번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탄 맛집이다.

4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순라길은 홍어와 김치, 심지어는 막걸리까지 모두 직접 만든 국산 식재료만을 사용해 순라길 고유의 맛을 지켜나가고 있다. 단순한 맛집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에 순라길의 역사가 녹아있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된만큼 사장님과 고객들은 새로운 변화나 신선한 트렌드에 발맞추는 것보다는 과거부터 이어 내려져 온 전통을 지키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수밖에 없었다. 맛뿐 아니라 인테리어적으로도 말이다. 조금은 노후 되어 보일 수 있는 순라길의 인테리어,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순라길의 역사이자 미적매력인 것이다. 홍어삼합 전문점 순라길의 아트테리어는 이 모든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하게 되었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순라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다름 아닌 접시, 더 정확히 말하면 홍어삼합이 가지런히 담겨있는 접시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도 순라길이 소개될 때 사람들이 담아내는 것은 점포의 외관이 아닌 음식이 담긴 접시이다. 때문에 순라길의 아트테리어는 점포의 외관보다는 SNS를 통해 드러나는 인터넷에서의 외관개선을 집중했다.

그것을 위해 떠올리는 것은 바로 접시에 순라길의 상호를 집어넣는 것. 홍어삼합이 담긴 먹음직스러운 음식사진만으로도 사람들이 ‘순라길’이라는 점포에 관심을 갖을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순라길의 이름을 새겨 넣은 수제 도자기 그릇을 아트테리어로 만들어내어 예술성과 실용성을 한 접시에 담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준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