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 예술과 만나다] 7. 서순라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종로구 2022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 지원사업 참여점포 기획기사]


#경아미용실


서순라길은 과거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즉 봉익동과 권농동 주민들이 터전이기도 하다. 전통의 거리를 외국인들이 거닐고, 어르신들이 사는 동네를 젊은이들이 누빈다. 그렇기에 서순라길은 재미있다.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는 두 카페 사이에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계신 장소를 볼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서순라길이기 때문이다.

서순라의 돌담을 따라 걷다보면 청년들이 즐비한 카페들 사이에서 유독 할머니들이 많은 곳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바로 ‘경아미용실’이다. 이곳은 지역 어르신들에겐 단순한 미용실의 역할 그 이상으로, 젊은이들의 카페와도 같은 대화의 장이나 마찬가지이다. 경아미용실의 사장님은 근처를 지나는 이웃주민들에게도 흔쾌히 커피를 건네고 잠시 점포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파마를 하시곤 한다. 실제로 경아미용실을 들릴 때마다 필자가 사장님에게 제일 많이들은 말은 다름 아닌 “커피 한잔하고 가” 였다. 사장님의 커피믹스 한잔은 경아미용실만의 환대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주변 여타 점포들과 달리 경아미용실의 내부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바닥 시트는 전부 닳아 시멘트가 드러나 있었고, 도색되지 않은 벽면엔 떼가 슬어 지저분하기 그지없었다. 서순라길 주민들의 터전이라고 하기에 경아미용실은 그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했다.


그렇기에 경아미용실은 아트테리어 사업을 추진하는 사전답사 시기 때부터 최우선 섭외 대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이 서순라길의 지리적 중심지라서가 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오직 관광객을 위한 아트테리어는 자칫 지역주민들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 서순라길 아트테리어는 서순라길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만 했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경아미용실 아트테리어는 젊은 감성의 카페 사이에 위치한 낡은 점포를 트렌디하게 바꾸는 것보다는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보다 쾌적한 장소를 마련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간판이나 디자인 시트지 하나 없는 점포 외부에 간판과 시트지 작업을 했다. 이 때 컬러는 기존에 붙어 있던 파란색 폰트를 따라 블루톤 계열로 통일하여 혹여나 어르신들이 느낄 수 있는 아트테리어 이후의 이질감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악한 내부환경 개선이었다. 여기선 특별한 아트워크를 한다는 욕심은 내려두고 벽면과 바닥시트를 깨끗하게 바꾸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 흰색으로 깨끗하게 도색된 내부벽면에 참여예술가의 디자인이 더해진 경아미용실의 로고를 채워 넣는 것, 그것만으로도 서순라길 어르신들의 터전엔 생기와 활력이 채워질 수 있었다. 





#웰스커피


서순라길이 핫플레이스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맛있고 분위기 좋은 음식점들이 많다는 점이다. SNS에서도 서순라길의 음식점들이 많이 소개되고, 실제로 필자가 이곳을 다니면서 들렸던 음식점들 모두 상당히 좋은 음식점들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한 가지 의아한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서순라길엔 식사할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것. 조금 이상하게 들리는 이 대답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벗어나면 납득이 된다. 서순라길의 음식점들은 분명 맛있고 분위기도 좋지만, 가격대가 높고 항상 사람이 많아 편하게 식사를 즐기기엔 조금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특히나 오랜 시간 점포를 비울 수 없는 서순라의 소상공인들에겐 비싸고 오래 걸리는 음식점은 불필요하다. 그런 음식점들은 어디까지나 서순라를 놀러온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이지, 서순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웰스커피’는 서순라 주민과 여행객,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커피라는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사실 이곳은 수제 샌드위치와 전통차가 더 중심인 카페이다. 특히나 이곳의 샌드위치는 인근 다른 음식점보다 훨씬 저렴하고 웰스라는 이름처럼 웰빙푸드이다. 점심시간 즈음 웰스커피에 앉아있다 보면, 샌드위치와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가는 많은 주변 소상공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웰스커피의 아트테리어는 핵심메뉴인 샌드위치를 활용한 브랜딩에 촛점을 맞추고 진행됐다. 제일 먼저 샌드위치를 컨셉으로 귀여운 시그니쳐 캐릭터를 디자인하여 점포의 핵심메뉴가 무엇인지를 나타냈다. 기존엔 점포 입구 우측과 좌측이 모두 허전한 느낌이 강했는데, 우축엔 캐릭터를 사용한 아크릴 현판을, 좌측엔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캐릭터 엑스배너를 제작하여 샌드위치 전문점인 웰스커피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또한, 돌담길에서 웰스커피 쪽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텅 빈 벽면에 웰스커피 캐릭터가 그려진 아크릴 안내판을 설치해 점포 측면에서 오는 손님들도 충분히 유입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커피’ 라는 상호에 숨겨져 있던 샌드위치 전문점이라는 점포의 특징. 이 지역의 사람들조차 카페라는 선입견 때문에 이곳이 맛있는 샌드위치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웰스커피의 숨은 매력을 밖으로 드러내는 아트테리어 작업은 어쩌면 지역 주민들에겐 그들을 위한 또 하나의 점포를 만들어낸 일인지도 모르겠다.



#광성사


서순라를 잠깐 들리는 이들에겐 쉽게 지나치는 장소에 불과하지만, 그 지역 사람들에겐 너무도 소중한 장소가 있다. 바로 세탁소이다. 특히 서순라길처럼 상가가 중심이 되는 지역일수록 세탁소는 지역 사람들에겐 더욱 소중해진다.

권농동의 구석에 숨어있는 ‘광성사’ 는 서순라길의 거의 유일한 세탁소이다. 비록 많지는 않아도 여전히 봉익동과 권농동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광성사는 없어서는 안 될 곳이다. 광성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비단 이곳 주민들만이 아니다. 전통한옥 양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서순라의 골목엔 한옥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곳곳에 즐비하다. 다만, 그 규모가 크지 않기에 만약 장기투숙을 하는 여행자라면 한번쯤은 세탁소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에게도 광성사는 지나칠 수 없는 장소이다.


다만, 얼룩진 옷가지를 깨끗하게 만드는 세탁소의 특징과 정반대로 광성사의 점포 외관은 얼룩지고 고루하다. 카페나 미용실처럼 내부 공간에서의 접객이 드문 세탁소라는 업종의 특성상 광성사의 아트테리어는 주로 외관을 깔끔하게 개선하는 데 촛점을 맞췄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점주님과의 미팅을 통해 외관 이외에 기존 인테리어의 블편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점포 내부가 너무 훤히 보인다는 것. 기존엔 별도의 시트지가 없었기에 통유리로 점포 내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던 것이다. 외관개선과 동시에 점주님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블루톤 컬러의 불투명 시트지를 점포 유리 전면에 부착했다.

그리고 얼룩진 외부 벽면을 도색하여 이전 지저분한 느낌을 없앴다. 거기에 옷걸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점포로고를 깔끔한 나무현판으로 제작해 점포 외관에 미약하게나마 예술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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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