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 예술과 만나다] 8. 서순라 속의 세계, 혹은 세계 속의 서순라

[종로구 2022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 지원사업 참여점포 기획기사]


#퀸즈가드


서순라엔 전통과 동시에 세계도 있다. 전통한옥에서 보이는 여러 세계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이다.

퀸즈가드는 그런 서순라의 세계적 모습이 제일 잘 드러나는 점포일 것이다. 퀸즈가드라는 점포 상호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곳은 여왕이 다스리던 나라, 영국에서 온 사장님 부부가 운영하는 브리티쉬 펍이다. 브리티쉬 펍과 어울리게 점포 영국인들이 많이 키우는 달마시안 한마리가 점포 입구를 지키고 서있다. 그리고 점포에 들어서면 한 쪽 벽면에 국기, 정확히는 웨일스의 국기가 붙어있다.

그러나 퀸즈가드의 이국적인 특징은 점포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다. 대부분의 좌석이 외부에 돌담을 바라보며 배치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나 펍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특징은 돌담이라는 서순라길의 특징과 만나 시너지를 만든다.

하지만 퀸즈가드를 향하는 길목의 텅 빈 외부 벽면은 이곳을 어색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상호가 없다보니 찾아가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어떠한 장소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종로에서 영국 웨일스를 소개하기 위해선 서순라길의 통로에서 퀸즈가드의 상호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이 선행돼야만 했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그렇기에 제일 먼저 외부 벽면에 퀸즈가드를 상징하는 로고를 넣은 우드간판을 제작했다. 우드를 선택한 것은 나무로 제작된 야외 테라스와 조화를 위함이기도 했다. 우드간판에 그려진 로고엔 골드컬러로 포인트를 주어 퀸즈가드의 빈티지함을 살렸다.

이전에도 퀸즈가드는 점포 외부에 우드간판을 걸어 상호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문제는 비와 바람에 너무도 취약 나무의 재질을 고려하지 못한 바람에 쉽게 부서져 버렸다는 것이다. 하여 이번 우드간판엔 외부전용 간판이어도 따로 관리해줄 필요도 없고 비나 바람에도 끄떡없는 재질을 선별하여 빈티지함과 파손의 문제 모두를 해결하였다. 



#김희영 주얼리


서순라길엔 브리티쉬 펍인 퀸즈가드 이외에도 영국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가 있다. 주얼리샵인 ‘김희영주얼리’ 가 바로 그곳이다. 펍도 아닌 주얼리샵에서 영국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희영주얼리의 주얼리를 보고 나면 금방 생각이 바뀔 것이다.

영국에서 주얼리 공예를 전공한 사장님의 주얼리는 근처 다른 주얼리샵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다. 스톤(보석)을 돋보이게 디자인 되는 한국식 주얼리와 달리 영국식 주얼리는 스톤 자체보다는 스톤과 링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다. 서순라길의 주얼리샵을 하나씩 비교해가며 걷다보면 이 스타일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그 중에서도 김희영주얼리의 가장 큰 매력은 주얼리마다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맞춤 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희영주얼리의 모든 주얼리는 대체불가능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그렇게 고유한 특징 갖고 있는 점포임에도, 지리적으로 서순라길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오프라인 고객의 유입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엔 점포외관이 특색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이국적인 김희영 주얼리의 주얼리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닿기 위해선 먼저 점포의 미관을 개선해야만 했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영국의 점포들은 유독 크고 다채로운 어닝이 있다는 인테리어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자주 비가 내리는 영국의 기후로 인해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디자인 어닝은 우천 시 빗물이 점포 내부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고 해가 밝을 시에는 햇빛 차단막 역할까지 해줄 수 있는 등 심미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

김희영주얼리에 제일 필요한 것 역시 어닝으로 보였다. 어닝이 없어 우천 시 빗물이 들어올 수도 있고, 무엇보다 유리창을 통한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주얼리샵의 특성상 햇빛을 차단하지 않는다면 반사광에 의해 디스플레이가 방해 받기 때문이다.

메인 컬러는 블라인드의 색감과 어울리는 레드를 활용하여 어닝을 디자인했다. 어닝 띠에는 “Hee Young Kim Jewellery”를 폰트 로고로 삽입해 점포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김희영주얼리의 고유 로고를 활용한 돌출간판 및 입간판을 새롭게 디자인 해 점포의 시인성을 높였다. 



#솔방울 베이커리


지금까지 서순라 안의 영국을 찾았다면, 이번에 소개할 ‘솔방울 베이커리’에서는 프랑스 맛을 느낄 수 있다. 외관에서부터 전통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이 점포에서 프랑스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역설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그 한옥의 문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프랑스의 향기가 고소하게 풍겨온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빵인 크루아상, 뺑 오 쇼콜라. 거기에 프랑스의 전통과자 까눌레까지. 물론 단순히 프랑스빵을 판다고 해서 프랑스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 빵들은 이미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솔방울 베이커리에서 프랑스를 맛볼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베이킹 과정 자체에서 유기농 프랑스산 밀가루와 버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프랑스의 느낌을 찾을 수 있다. 외관은 한옥의 모습이지만, 기존 한옥의 마당공간을 활용한 점포 내부 공간은 프랑스 파리의 노천카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중앙엔 자그마한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 공간의 멋스러움을 더욱 부각시킨다. 솔방울 베이커리의 이름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2022년 올해 오픈한 솔방울 베이커리는 사실 브랜딩과 인테리어 부분에 대해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아 창업한 공간이다. 그래서 점포엔 노후화 된 부분도 없고 인테리어 자체도 완성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완성도 높은 인테리어를 갖춘 점포엔 어떻게 아트테리어를 해야 할까. 예술가와 점주의 소통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아트테리어의 장점은 이런 지점에서 발휘된다. 오로지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불편함의 지점들. 솔방울 베이커리의 아트테리어는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됐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제 아무리 아름다운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드러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솔방울 베이커리 점주님이 느끼는 최대의 불편사항은 바로 불법주차였다. 서순라길엔 워낙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보니, 비교적 공간이 넓은 솔방울 베이커리 앞에 많은 사람들이 불법주차를 해온 것이다. 그러한 불법주차는 점포의 노출을 막고 고객들의 통행을 막아버렸다.

때문에 점주님의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역시 불법주차를 막는 동시에 길가에서도 솔방울 베이커리의 상호를 드러낼 수 있는 이동식 입간판이었다. 주차개선이라는 실용적인 목적이 곧 미관개선으로 이어지는 작업인 것이다. 이 때 입간판을 솔방울 베이커리의 로고와 그에 어울리는 녹색의 아크릴로 디자인하여 그 자체로도 아트워크로 느껴질 수 있도록 디자인하였다.

점주님이 인지하는 또 하나의 문제 사항은 해가 지고 난 후 외부조명이 부족하다보니 점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바로 옆 밝은 타 점포와 대조되어 더 어두워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에 2층 테라스 가벽 쪽에 점포의 상징물인 솔방울 모양을 다소 변형하여, 멀리서도 보일 수 있는 큰 사이즈의 조명을 제작 설치하였다. 결과적으로 점포 전면의 조도가 밝아졌고, 멀리에서도 솔방울 로고가 잘 보이도록 만들었다. 



#스쿠도



- 서순라엔 세계로 나아가는 곳도 있다. 대한민국의 16강 진출로 화제가 되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를 열광케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월드컵 개막식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BTS 정국이다. 월드컵이 시작하기 전부터 정국과 그의 홍보 포스터 연일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서순라가 숨어있다.

다름아닌 남성 주얼리 전문 브랜드 ‘스쿠도’다. 세계인이 모두 지켜보던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서 BTS 정국이 차고 나온 주얼리가 바로 스쿠도의 주얼리이다. 세계로 나아가는 스쿠도 주얼리의 공방이 있는 곳이 서순라길인 것이다.



세계적인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스쿠도의 공방은 의외로 작고 협소하다. 아무래도 영업의 대부분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다보니 공간 자체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쿠도의 아트테리어는 오프라인의 사람들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스쿠도를 마주하는 사람들까지 신경써야했다. 어쩌면 스쿠도의 아트테리어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작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 스쿠도의 제품을 분석해보니 고딕 양식의 패턴을 활용한 디자인 다수였고, 거친 느낌의 질감 및 형태가 자주 사용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점포의 메인 이미지인 방패를 활용하여 돌출간판을 제작했다. 남성 실버 주얼리 전문점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거친 느낌을 토대로 철제 스카시 돌출간판 제작 하였고, 외부에서 보았을 땐 점포의 인식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엔 홍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제품을 열면 양면에 각각 주머니가 있어 한쪽에는 반지나 목걸이 등 제품을 넣을 수 있는 파우치를 디자인했다. 남성 브랜드의 컨셉과 맞는 모던하고 슬림한 스타일의 파우치 제작으로 협의를 하였고, 이를 토대로 모던하고 간결한 스타일을 적용한 로고를 삽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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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