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 예술과 만나다] 9. 명인의 철학이 담긴 공간들

[종로구 2022 우리동네가게 아트테리어 지원사업 참여점포 기획기사]


#스페이스 금채


공예는 인류의 발전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당장 어떤 나라의 국립박물관을 간다하더라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장품은 분명 금속이나 목재를 사용한 공예품일 것이다. 지금은 산업화와 더불어 공예품이 규격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인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개성 넘치는 공예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스페이스 금채’는 공방과 주얼리샵이 모여 있는 서순라길에서도 몇 안 되는 공예전문 갤러리다. 공예의 대중화와 고급문화를 널리 보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관한 이곳은 점포라기보다는 전시관에 가까운 공간이다. 많은 공예작가들이 이곳에서 전시를 열기도 하고, 평소에는 이 곳의 관장이기도 한 곽순화 작가의 작품을 상시전시 하고 있다.  



전시 이외에도 지하공간엔 공예제작을 체험해볼 수 있는 교육장이 마련 돼 있다. 문제는 폭우로 인한 누수 이후 해당 공간 벽면에 곰팡이가 슬어 도저히 교육장을 쓸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스페이스 금채의 아트테리어는 이 지하교육장을 새롭게 꾸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진행됐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우선은 지하 상,하부 전체를 흰색 페인트로 도배하는 작업을 진행을 하였다. 그리고 그 위엔 곽순화 작가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별자리 문양을 아트워크로 만들어 채워 넣었다. 이 때, 아트워크는 입체감 있는 스카시로 제작해 금속 공예 전시품이 많은 해당 공간에서 통일감을 만들었다. 



교육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은 일단 곰팡이를 제거하고 벽면을 새롭게 도색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공간 자체가 워낙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된 상태였기에 벽면과 천장의 도색작업만으로도 공간의 개선이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지하 공간이 아예 사용할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스페이스 금채의 아트테리어는 잃어버린 공간을 다시 되살린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갤러리카페 소연


작은 자연이 담겨있다는 뜻의 ‘갤러리카페 소연’. 조금 특이한 상호처럼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금속공예 작가, 김승희 공예가의 작품이 전시 된 갤러리 겸 카페이다. 한편으로 이곳은 옛것과 현대의 것, 우리의 것과 외부의 것의 조화를 추구하는 김승희 공예가의 철학이 담겨있기도 하다. 카페라는 장소로서 말이다.


갤러리카페 소연의 시그니쳐 메뉴는 바로 국산 팥을 사용한 와플과 떡볶이 라자냐이다. 메뉴에서도 우리의 맛과 외국의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갤러카페 소연엔 유독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기도 하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하지만 지리적으로 서순라길 끝자락에 위치해 있고, 점포 자체도 안쪽에 있다보니 이곳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갤러리카페 소연의 아트테리어는 서순라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를 소개할 수 있는 외부 메뉴판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또한, 이곳의 고객층이 주로 고연령층과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점포의 시그니쳐 메뉴를 시각화한 이미지 자료를 메뉴판에 추가하였다. 동시에 전체적인 폰트사이즈는 늘리고 영어 번역을 추가하여 고객친화적인 아트테리어를 진행했다.



#한국은당


공예라는 단어는 때로 거리감 있게 들리기도 한다. 무언가 비싸고 장식용으로 밖에 쓰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그 공예품의 원료가 은銀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은을 소재로 40년간 전통 금속 공예를 제작해온 ‘한국은당’의 철학은 그러한 세간의 인식에 반문을 던진다.

은공예를 전문으로 하는 공방은 서순라길에 한국은당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은당이 다른 공방들과 차이를 갖는 지점은 이곳만의 철학에 있다. 한국은당은 공예품은 오브제로 인식하는 차원을 넘어 실생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공예품은 다른 곳과 달리 주얼리가 아니다. 차 마실 때 쓰는 다관茶罐, 식사할 때 쓰는 은수저 등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중심으로 공예품이 제작된다.



그러나 점포로서의 한국은당은 대면판매를 하는 매장이라기보다는 공방에 가깝다. 위의 사진을 봐도 은당은 간이현판에 적힌 ‘은당’ 이라는 글자가 전부일 뿐, 진열장이나 흔한 간판조차 없다. 대부분의 판매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에 점포의 미관이 매출과 크게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순라길이라는 거리의 차원에서 봤을 때 공허한 점포 외관은 자칫 그 장소를 공터로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서순라길 거리의 활성화. 이 취지에서 아트테리어는 거리의 비어보이는 장소를 예술로 채우는 사업이기도 하다. 



[ 아트테리어 개선작업 이후 ]





은당의 아트테리어는 처음엔 어닝과 작은 간판으로 디자인을 됐으나, 흰색 어닝은 지저분해질 여지가 있기에 어닝의 역할 대체할 철제간판으로 대신하게 됐다. 전통과 관련된 공예품을 주로 제작하는 공방인만큼 은당의 상호를 한자 필체로 나타내었고, 그 옆엔 외국인도 해당 장소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도록 ‘METAL CRAFT’ 라는 점포의 직종을 드러내는 영문구를 삽입하였다. 부수적으로 작은 입간판을 제작하여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한국은당이 어떤 곳인지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방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준선 기자 다른기사보기